바람이 불어 가는 곳 /이윤백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묻지를 마십시오 어디서 시작되어 오는지를 나는 모릅니다 지금도 나의 곁으론 바람이 지나가지만 그것이 또 어디로 불어 가는지를 나는 모릅니다 내가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를 가기에 지금 현재를 지나야하는 지를 내가 정말 모르는 것처럼 그대 바람이 불어가.. Writing/Poem 2015.02.10
낙엽 /이해인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게 한다. 가을 바람에 떨어지.. Writing/Poem 2015.02.10
그리움은 시가 되고 /이광식 늦가을 빨갛게 퇴색되어진 단풍잎 사이로 땅거미가 무겁게 내려와 앉는다 쳇바퀴 도는 바쁜 하루의 일정 속에서 미처, 가을을 느껴보기도 전에 어느덧 성큼 겨울의 문턱에 와 있는 듯 싶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한잎 낙엽이라도 못내, 가슴에 담았더라면 아마도 시리도록 짙은 그리움에.. Writing/Poem 2015.02.10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정안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제 .. Writing/Poem 2015.02.10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가슴이 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지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 Writing/Poem 2015.02.10
흔들리며 피는 꽃 /도중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 Writing/Poem 2015.02.10
회화나무 그늘 /이태수 회화나무 그늘 길을 달리다가, 어디로 가려 하기보다 그저 길을 따라 자동차로 달리다, 낯선 산자락 마을 어귀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내가 달려온 길들이 거꾸로 돌아 가려 하자 늙은 회화나무 한 그루가 그 길을 붙들고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한 백 년 정도는 그랬을까. 마을 초입의 회.. Writing/Poem 2015.02.10
비 오는 간이역에 밤 열차를 탔다 /이정하 -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 열차를 탔다 1 - 기차는 오지 않았고 나는 대합실에서 서성거렸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비옷을 입은 역수만이 고단한 하루를 짊어지고 플랫폼 희미한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조급할 것도 없었지만 나는 어서 그가 들고 있는 깃발이 오르기를 바랐다. 산다.. Writing/Poem 2015.02.10
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들에다 바람을 풀어 주세요 타오르는 불볕 태양은 이제 황금 빛으로 바꿔주시고 거두어 드릴 것이 없어도 삶을 아프게 하지 마소서 그동안 사랑없이 산 사람이나 그동안 사랑으로 산 사람이나 공평하게 시간을 나누어 주시고 풍요로운 들녘처럼 생각도 여물어 가게 하소서 9.. Writing/Poem 2015.02.10
도시가 미워졌을 때 훌쩍 /이생진 도시가 미워졌으므로 그저 훌쩍 누구도 못 말리는 이 버릇 학교고 동회고 우체국이고 문방구고 세탁소고 가까운 슈퍼고 도시가 미워졌을 때 신세는 신세고 공연히 사기당한 것 같을 때 그들이 위조지폐를 물쓰듯 할 때 뻥뻥 터지는 어음 부도 이럴 때 누가 말려도 떠날래 솔직한 말이지.. Writing/Poem 201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