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Chinese poem

江雪 (강설) /柳宗元 (유종원 773-819)

혜공 2015. 2. 10. 10:59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온 산에 새는 날지 않고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어졌다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노인

눈 내려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질 한다

 


위 시는 유종원의 시 가운에 산수시로 알려진 유명한시다.

그러나 단순히 산수시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의미를 느끼게 하는 시다.

물론 이시는 개혁주의자였던 그의 정치적 시도가 죄절되었던

시기에 지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이 시가 내포하는 의미가

<좌절에서 오는 지독한 고독함의 표현>이 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여 보다 깊이 천착하여 보면

이 시는

<인간 본연의 고독에서 수행할 수 있는 순수한 영혼, 강인한 인간정신의 단련>을 보여 주는 시라고도 볼 수도 있다


제 1,2 구를 보자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 새는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어졌다“


주변 공간은 모두 산(千山)으로 둘러싸여있다.

날아가는 새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鳥飛絶).

오직 보이는 것은 산과 땅이 있고 그곳에 여러 갈래의 길(萬徑)이 보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길에는 사람의 자취(人蹤)이라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滅),

곧, 작가에 의해서 조성된 인간적인 것,

문명적인 것이 완전히 단절된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곳에세는 <산과 길> 외에는 모든 것이 제거된 것이다.

인위적인 모든 것.

이를테면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 화려한 저택, 마차, 황금, 명예,

좋은 옷, 아름다운 여인, 높은 벼슬, 맛있는 음식,

신변의 인간 잡사를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태초에 먼저 땅이 생기고 그리고 산이 열리는

생명이 사는 기본적 공간만이 확보된 것이다.

모든 인간의 생각과 욕심이 반영된 문화적인

모든 것이 제거된 원시와 다름없는 하나의 공간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작가의 내면 심상의 반영인 것이다.

평소 작가는 잡다하고 혼탁한 불합리한 인간의 현실 세계와 떠나

완전히 분리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잠시나마 이러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개혁주의자였던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생각과 경험이 이러한 시적 배경을 조성한 것이다.


3,4 구절을 보자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려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질 한다“


태초와 다름없는 이 공간에 움직이는 것이 이었다. 오직 한 인간이 보였다.

그는 외로운 배에 몸을 싣고, 삿갓을 눌러쓴 한 늙은이였다.

늙은이가 의지한 문명의 이기란 겨우 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배,

그리고 비를 가리는 삿갓.

이 두 가지 소박한 도구뿐인 것이다.


그리고 사방은 눈으로 덮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은 끊임없이 계속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주변은 완전히 은백색의 세계가 되고, 날씨는 조금 어둑한지도 모른다.


태초와 다름이 없는 공간에 눈이 내리는 상황의 설정은

하나의 시간성이 추가된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속에서 노인은 낚시를 드리우고 있다. 노인은 무엇을 하는가. 아마도 그는 몇 마리의 고기를 낚으려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속에 노인은 혼자 있는 것이다.


전체를 종합해보자


1,2 구절에서는 세상 공간을 산과 길만이 보이는

가장 단순한 원시의 공간만 존재한다.

새마저 날아들지 않고,

사람의 종적마저 보이지 않는다.

길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에서 이곳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암시할 뿐이다.


이러한 곳에 다시 하얗게 눈 덮인 강이라는 표현을

추가함으로써 배경을 더욱 구체화 하고 있다.

계절이 겨울인 것이다.

또 천지에 눈이 내린다는 표현이 추가된다.

수 많은 생명들과 그 샘명들의 여러 생명 활동이

그 눈 속에 일시적으로 덮여있음을 느끼게 한다


사방을 둘러싼 산, 공간 속에는 산의 윤곽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덮인 수많은 나무들이 있다.

나무들은 땅 속에 뿌리로 존재하고,

그외의 많은 식물들은 씨앗으로 존재하며 수많은 생명으로 살아있으며,

그것들이 봄의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보이지 않지만 강의 꽁꽁 언 물 속에도 수많은 물고기들이 약동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지금은 은백색의 눈이 덮여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의

삶의 흔적이 눈에 가리어 있을 것이다.

새들도 사람들도 모두 일상적 삶의 활동을 중지하고

그들의 보금자리에 든 것이다.

본능의 보금자리,

문명의 보금자리에서 안전을 지키며 지금 이 시간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적인 오직 한 생명이 있으니, 삿갓 쓴 늙은이다.

그는 외로운 작은 배에 몸을 싣고 강에 나와

눈을 맞으며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생업을 위하여 낚시질을 하는가.

아니면 인간적 모든 욕심의 형태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원시의 공간을 즐기기 위해 나타난 도가의 도인이던가.

아니면 모든 인간적 구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유가의 군자이던가.

아니면 인간적 삶의 허무함을 모두 떨쳐버리고 해탈의 경지에 든 불가의 부처이던가


분명 이 공간에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문명이 제외된

곳에서 우주의 큰 진리와 그 진리를 호흡하는

하나의 순수한 영혼이 있을 뿐이다>.

눈 덮인 강에서 낚싯배에 앉아 낚시하는 늙은이,

그는 분명 작가인 유종원의 분신인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 작가는, 아니 작가의 혼은 저 높은 산봉우리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이러한 진리를 조망하고 있는 것이다.

가부좌한 부처처럼, 날개 돋아 하늘로 오른 신선처럼,

세상을 벗어난 선비처럼.....


작가 유종원은 현실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고자 노력한 진정한 개혁주의자였다.

그는 유불선의 지식을 두루 섭렵한 지식인이자 뛰어난 시인이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수채화같이 선명하게 시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