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Poem

고향의 여름 /곽연경

혜공 2015. 2. 10. 10:50

 

동구 밖 포도알 영그는 소리에 실바람 살랑이고

앞 산 너머 양 구름이 무리지어 넘실거리면

바스라질 듯 내리쪼이는 8월의 햇살 아래

파르라한 곡식 이삭들이 너른 들을 그득 채우리라.

볕 좋은 마당 한 켠에 빨간 고추가 시원스레 익어가고

옥상 위 아기 빨래들이 흥에 겨워 들썩이면

피어오르듯 몽글대는 한 낮의 아지랭이 속에

푸르메한 논밭 열매들이 농부의 마음을 담뿍 채우리라.

지붕 위 소담하게 핀 박꽃들이 수줍은 듯 기지개를 켜고

싸리문 밖 십리 길을 마중 나온 복슬이가 꼬리를 흔들면

아련한 듯 사라져가는 한 여름 저녁 연기 속에

발그레한 어머니 얼굴이 내 가슴을 시리게 채워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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