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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혜공 2015. 2. 17. 10:15

 

 

 

 

 

 

책소개

 

이야기꾼 황석영이 들려주는 ‘19세기 이야기꾼’의 삶!

한국 문학의 거장 황석영이 등단 50주년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신을 돌아보며 19세기의 이야기꾼에 대해 집필한 자전적 작품으로, 인터넷 연재를 통해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외세와 신문물이 들어오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추적한다.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난 박연옥은 역시 중인의 서얼인 이야기꾼 이신통과 인연을 맺게 된다. 화자인 박연옥의 추적을 통해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하여 혁명에 참가하는 이야기꾼의 일생이 펼쳐진다. 화자는 만나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일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꾼의 행적을 맞춰 나가고, 화자와 이야기꾼은 그 과정을 통해 함께 의식이 성장해간다.

 

 

저자소개 : 황석영 (Hwang, Sok-yong / 黃晳暎)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났고 부모를 따라 월남하여 영등포에 정착했다. 1950년 국민학교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피난지를 전전했다. 1962년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같은 해에 단편 「입석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와 이때의 체험을 담은 단편 「탑」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돌입했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등 리얼리즘 미학의 정점에 이른 걸작 중단편들을 속속 발표하고 진보적 민족문화운동의 추진자로서도 크게 활약했다. 1989년에 도쿄와 베이징을 경유하여 평양을 방문했고 이후 귀국하지 못하고 예술원 초청 작가로 독일에 체류하면서 『흐르지 않는 강』을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다. 1993년 귀국하여 방북사건으로 7년형을 받고 복역하던 중에 1998년 사면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등을 발표하며 쉼 없는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이야기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생겨나나,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나,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사라지나?” 한국, 중국, 프랑스 3국 출간 확정! 이 시대의 거장 황석영, 등단 50주년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올해로 칠순이다. 자서전이나 자전적 작품을 쓰는 대신 작가의 일생을 19세기에 갖다 놓고 펼쳐본다면 나로서도 기념되는 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황석영! 등단 50주년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1962년 『사상계』에 「입석부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이야기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생겨나나,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나,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사라지나?”

한국, 중국, 프랑스 3국 출간 확정!

이 시대의 거장 황석영, 등단 50주년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올해로 칠순이다. 자서전이나 자전적 작품을 쓰는 대신 작가의 일생을 19세기에 갖다 놓고 펼쳐본다면 나로서도 기념되는 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 황석영!

등단 50주년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1962년 『사상계』에 「입석부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석영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동시에 그의 나이 칠십에 이르렀다. 그의 문학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면 단 한 순간도 평범했던 적이 없었다. 황석영의 발자취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항상 함께해왔다. 황석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격동의 시대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그릇인 것이다. 황석영은 당대 역사의 큰 물줄기 속에서 단 한 번도 직면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황석영이 우리 식의 ‘이야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심해온 것은 그의 후반기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출옥 이후부터이다. 『오래된 정원』이 이전 산문의 습관들을 해체하는 데서 시작했다면, 그 뒤 연이어 발표한 『손님』, 『심청』, 『바리데기』 등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형식과 내용 모두 지금의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심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르포나 신문기사 같은 사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독재의 사회사를 서사적 다큐멘터리로 엮은 작품이 『강남몽』이고, 1980년대가 배경이었지만 줄거리 자체를 현대적 민담으로 탄생시킨 작품이 『낯익은 세상』이다. 그리고 이제,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신을 돌아보며 19세기의 ‘이야기꾼’에 대해 집필한 자전적 작품 『여울물 소리』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작품은 이미 인터넷 연재를 통해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 펼쳐낸 밀도 깊은 서사!

『여울물 소리』는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증산도, 이야기꾼이라는 존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19세기를 반동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낙후된 봉건왕조가 붕괴되는 전환기에 그동안 성숙해졌던 조선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에 대한 역량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동학과 증산도는 자생적 근대화의 지향이라는 공통분모로 근대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상이었고, 이야기꾼은 작가의 복합적 주제의식을 한 몸에 실어 나르는 존재로, 작가는 이야기꾼 ‘이신통’을 통해 자신의 담론을 한바탕 펼쳐낸다.

이 소설의 화자는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인데 주인공 역시 중인의 서얼로서 두 사람은 인연을 맺게 된다. 화자의 추적을 통하여 전기수에 강담사, 재담꾼이고 광대물주에 연희 대본가이며,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하여 혁명에 참가하고 교주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꾼의 일생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쫓아다니는 여인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해주는 일화에 의하여 그 행적이 모자이크 벽화처럼 형상을 드러내면서 화자와 주인공은 그 과정을 통하여 함께 의식이 깨이고 성장해간다.

당시의 ‘이야기꾼’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전기수’가 책 읽어주는 사람이라면 ‘강담사’는 그야말로 재담꾼이다. 전기수와 강담사는 때와 장소에 따라 서로 겹치기도 하고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그들은 결국 이맘때의 작자 미상인 수많은 방각본 언패소설(諺稗小說)의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조선 후기 사회가 신분층의 변동에 의하여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더 이상 신분 상승을 할 수 없었던 독서 계층이었을 것이다. 이른바 서얼은 과거에 응시할 수 없었고 이들은 중인 이하의 세상에서 자기 학식과 재주를 숨기고 살아가야 했다. 이들이 동학, 증산도 등의 ‘혁명사상가’가 되어갈 때, 이 이야기꾼들은 어떻게 변화의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마치 현재를 살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의 아바타와도 같다.

 

 

■ 줄거리

 

이신통을 기다리며

 

“내 이름은 연옥이고 다리목 객주의 주인이다.” (박연옥)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난 박연옥은 나이 열여섯에 삼례에 사는 시골 부자의 후처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미 연옥의 마음속에는 어머니 밑에서 주점 일을 거들다가 알게 된 이야기꾼 이신통이 정인으로 자리잡아 있다. 시집을 가서도 남편이 투전판을 드나들며 집안을 돌보지 않자 연옥은 삼 년 만에 파경을 선언하고 충청도 강경의 친정으로 돌아온다. 연옥은 민란에 참여했다가 부상당하고 돌아온 신통을 다시 만나 그를 간호하며 짧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것도 잠시, 나라에서 금지한 종교 천지도의 신자인 신통은 나라의 천지도 탄압과 각지의 민란을 모른 척할 수 없다며 연옥의 곁을 떠난다.

 

고향에 남은 자취

 

“신통은 언약하고 갔건만 그해 세밑에 돌아오지 않았다.” (박연옥)

이신통이 떠나고 한 달 뒤, 연옥은 자신이 아이를 가졌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이는 사산된다. 우연히 이신통의 소식을 들은 이후 연옥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그를 찾아나서기로 결심한다. 강경에서 무주, 금산, 옥천 그리고 이신통의 고향집이 있는 보은까지 이르는 열흘간의 여행길에서 연옥은 이신통의 과거 지인과 가족, 전처, 딸 등을 만나고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신통 그가 어떻게 태어나 자랐고 어떤 계기로 집을 떠나 천지도에 입도하게 되었는지를 대략적이나마 알게 된다.

 

세상 속으로

 

“저는 서얼(庶孼)입니다.” (이신통)

이신통의 본명은 이신으로 양반집 서얼로 태어났으나 아버지 이지언 밑에서 이복형 이준과 차별받지 않고 자랐다. 그러나 이신통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형과 그의 어머니 유씨 부인으로 인해 좀처럼 고향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과거를 핑계로 한양으로 떠나면서 실질적으로 집안과 연결 고리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한양에서 이신통은 담배 장수 서일수를 만나 친해지고 그와 어울리는 와중에 전기수(이야기꾼)로서 본격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다.

 

백성과 나라

 

“내가 기왕에 세상의 경난을 배우려고 집을 떠났으니 어찌 일 년도 못 되어 돌아가겠느냐?” (이신통)

알고 보니 서일수는 천지도 교인으로 사문난적의 죄로 투옥된 동료 박도희의 구명을 위해 한양으로 온 것이었다. 이신통과 서일수는 그해 식년시에서 거벽 사수 일을 하다 알게 된 병장 김만복을 통해 감옥에 갖힌 박도희의 감형을 꾀한다. 천지도 본부에서 박도희 구명에 필요한 비용과 『천지도경』, 『천지인가』의 방각본 제작비를 위해 보내온 천종급 산삼을 처분하는 일을 하면서 이신통은 처음으로 천지도와 연을 맺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반란죄로 김만복이 처형당하자 이신통과 서일수는 그의 시신을 수습해주고 일단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여향(餘響)

 

“만나게 되면 내 말이나 좀 전해주세요. 이제는 여향을 찾았냐구요.” (심백화)

이신통의 성장과정은 알게 되었으나 막상 지금 그가 어디에 머무는지를 알지 못한 채 나날을 보내던 연옥에게 광대물주 박돌을 통해 새로운 소식이 전해진다. 이신통과 같이 소리패에서 어울려다니며 한때 연을 맺은 다른 여인이 지금은 전라도 부안에서 유명한 여자 명창이 되어 산다는 것이다. 연옥은 이신통의 실마리라도 잡기 위해 부안으로 그 여인을 찾아간다. 여인의 이름은 심백화. 그녀는 연옥에게 담담한 어조로 이신통이 한양에서 서일수와 헤어지고 어떻게 지내다가 광대물주 박삼쇠를 만나고 그들 소리패와 어울려 전국을 유랑했는지, 자신과 어떤 시기를 거쳤다가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들려준다.

 

사람이 하늘이다

 

“혹시 누가 알까, 그이가 끊어진 실의 끄트머리를 잡고 내가 간 길을 되짚어 돌아오게 될지.” (박연옥)

연옥은 호열자 때문에 어머니를 잃게 된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연옥은 지난번 백화가 헤어질 때 건네준 이신통의 언문필사본 『천지도경풀이』를 되풀이해 읽으며 천지도의 사상을 배워간다. 예전에 이신통이 한양에 머무르던 시절에 서일수와 같이 옥바라지를 해주었던 천지도인 박씨 형제의 근황을 들은 연옥은 다시 한 번 이신통을 찾기 위해 예산에 사는 형 박인희와 강원도에 은거하는 동생 박도희를 만나러 먼 길을 떠난다. 그들과의 만남을 겪으면서, 연옥은 박인희에게는 천지도 사상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얻고, 박도희에게는 갑오동학 이후 신통이 천지도 본부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듣게 된다. 그리고 오랜 여정 끝에 둘은 재회하고, 이틀 동안 짧은 시간을 같이 보낸다.

 

옛날 옛적에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 (박연옥)

이신통을 만나고 온 후 연옥은 아이를 가졌다. 이번에는 무사히 낳았고 그에게 연옥은 노성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이를 키우며 순식간에 다섯 해가 지나갔을 무렵, 이신통의 근황을 알고 있을 법한 마지막 사람인 박도희를 연옥은 찾아간다. 그리고 그의 입을 통해 이신통이 어떻게 천지도 탄압에 앞장선 이복형 이준을 처단했는지 듣는다. 다시 두 해가 지나 보은 이신통의 고향집에서 연옥에게 기별이 도착했다. 이신통이 활빈당에 들어가 지낸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는 이신통 처남 송우경이 직접 그곳으로 가지만, 열흘 만에 돌아온 그가 가져온 소식은 이신통이 묻힌 묫자리 위치였다. 연옥은 그곳으로 가서 직접 이신통의 유골을 수습한다. 보은으로 출발하기 전날 밤, 이신통의 마지막을 돌봐준 늙은 뱃사공 집에서 하루 묵으며 연옥은 밤새 어디선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여울물 소리에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한다.

 

 

■ 작가의 말

 

이야기꾼 이야기를 쓰겠다고 작정하고, 처음에는 19세기쯤에 갖다 놓고 그냥 허황한 민담조의 서사를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우리네 그맘때의 현실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올해는 대선까지 있어서 더욱 실감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근대적 상처’의 잔재가 지금도 우리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이야기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생겨나나,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어떤 것이 남고 어떤 것이 사라지나, 다른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만든 이들은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들이 각자의 당대를 어떻게 살아냈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알 길은 없으나 이들이 남긴 수백 종의 언패소설과 판소리 대본과 민담, 민요 등등은 눈보라 속을 걷는 나에게 먼저 간 이가 남긴 발자취와도 같았다. 이들과 단절되어 제국주의의 침입과 함께 이식문화로 시작된 한국 근현대문학의 원류를 더듬어 이제 울창한 우리네 서사의 숲에 들어선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