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My Book

밤의 도서관 /알베르토 망구엘(Alberto Manguel)

혜공 2015. 2. 16. 09:41

 

 

 

 

 

알베르토 망구엘(Alberto Manguel)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이자 비평가, 번역가, 편집자이다. 십대 후반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났고, 시력을 잃어가던 그에게 4년 동안 책을 읽어주는 일을 했다. 전에도 유별나게 책을 좋아했지만 이 만남을 계기로 망구엘은 더욱 독서에 탐닉하게 되고, 그에게서 얻은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독서의 역사』, 『나의 그림 읽기』, 『독서일기』,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상상의 장소들에 관한 사전(The Dictionary of Imaginary Places)』등을 썼으며, 이를 통해 메디치 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정부에서 예술?문화 훈장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1982년 캐나다로 이주했으며,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

 

 

책소개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진실이 존재하는 곳!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밤의 도서관』. 이 책은 세계 최고의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이 전하는 책과 세상에 관한 지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도서관의 역사와 함께 도서관에 담긴 철학을 다루고 있다. 망구엘은 도서관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열다섯 가지 주제신화ㆍ정리ㆍ공간ㆍ힘ㆍ그림자ㆍ형상ㆍ우연ㆍ일터ㆍ정신ㆍ섬ㆍ생존ㆍ망각ㆍ상상ㆍ정체성ㆍ집 등을 통해 도서관의 역사와 재미있는 일화를 풀어나간다. 이 책에서는 공공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저자처럼 개인 도서관을 꾸몄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또한 물리적인 도서관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더해져 있다. 글 읽기를 좋아하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도서관의 역사와 더불어 도서관에 담긴 철학까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지금도 서가가 빼곡히 들어찬 공간에서 길을 잃으면 재밌는 모험에 나선 기분이 들고, 일정한 원칙에 따라 배열된 문자와 숫자가 언젠가는 나를 약속된 목적지로 인도해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넘친다. 책은 먼 옛날부터 예언의 도구였다. 그래서 노스럽 프라이는 “큰 도서관은 많은 언어를 구사하고, 텔레파시로 교감하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듯하다”라고 말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_12쪽


모니터와 코덱스는 상부상조하며, 독서가의 책상에서 얼마든지 원만하게 공존할 수 있다. 가상 도서관을 종이와 잉크로 된 전통적인 도서관에 비교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독서에는 때때로 깊이와 환경이 필요하고, 느리게 독서해야 할 때도 있다. 둘째, 전자 테크놀로지가 아직은 완전하지 않아 계속 발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떤 저장장치가 폐기되면 옛날에 그곳에 저장했던 자료를 되살려내기 어렵다. 셋째, 종이책을 휘리릭 넘겨보고 서가 사이를 배회하는 것도 독서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부분인데, 모니터에서 위아래나 좌우로 움직이는 것으로는 그런 즐거움을 대신할 수는 없다. 여행담을 읽고 입체 영화를 본다고 이것이 실제 여행과 똑같을 수 있겠는가! _89쪽


우리는 어떤 도서관에서는 희망을 읽고, 어떤 도서관에서는 악몽을 본다. 우리는 도서관을 그림자에서부터 끌어낸다고 믿는다. 우리가 즐겁게 살기 위해서 책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정확하고 어리석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위험, 작가가 겪는 경련이나 장애에 대한 걱정, 시간과 공간의 제약 등에 대해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책을 만들어내는 일에 몰두한다. 우리는 인쇄기가 발명된 이후 발간된 책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이야기꾼들이 대대로 꿈꾸며 상상했던 책들로 훨씬 큰 도서관을 꾸밀 수 있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실수와 결함에서 벗어난 책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내 도서관 앞의 회화나무 두 그루가 드리운 어둠에 앉아, 완벽한 책들로 채워진 서가들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목록에 더하지만, 그 책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_301쪽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게, 소설에서 표현된 세계는 똑같아 보인다. 모든 책이 하나의 도서관에 있는 셈이다. 그는 스위스, 오크니 제도(諸島), 독일, 러시아, 잉글랜드, 황량한 타타르 지역 등 곳곳을 떠돌아다니지만, 어떤 사회에서도 고유한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똑같아 보인다. 그에게 세상은 아무런 특색도 없는 곳이다. 그는 이런저런 역사책에서 구체적인 것들을 배우지만 추상적으로도 생각할 줄 안다. “같은 종(種)을 지배하고 학살하는 정치 문제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읽었다. 선을 향한 뜨거운 열망과 악에 대한 증오심이 내 안에서 불끈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하지만 이런 교훈도 결국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도서관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글로만 가득하다는 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결국 깨달았을 테니까. _326쪽


한층 더 큰 즐거움을 약속하는 책들로 가득한 서가들 사이를 거닐면서 느끼는 도서관을 향한 사랑, 도서관을 구석구석까지 보려는 열망, 그리고 도서관을 완성했다는 자부심은 우리가 온갖 불행과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더라도 질투하는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광기 뒤로 감추어진 질서에 대한 더 큰 친밀함, 위안, 어쩌면 구원의 믿음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런 증거는 가장 행복하고 가장 감동적인 것이기도 하다. _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