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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깊다 /고형욱

혜공 2015. 2. 12. 15:18

 

 

 

 

책소개


찬란한 예술의 도시 파리를 만나다!


컬처홀릭을 위한 파리 문화예술 체험 여행서『파리는 깊다』. 문화, 예술, 역사, 작가들의 흔적으로 재구성한 세계 문화수도 탐방기「깊은 여행」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꿈꾸는 파리를 보다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미술, 영화, 책, 음식 등에 관심이 많은 컬처홀릭이 파리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즐겨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먼저 현대미술이 탄생한 20세기 초반 파리를 조명하고 오르세와 오랑주리, 로댕과 모로 미술관을 중심으로 관람 포인트를 짚어본다. 그리고 분주한 관광 대신, 파리라는 도시를 산뜻하게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소개 : 고형욱


영화기획자, 와인평론가, 음식비평가, 여행 칼럼니스트, 그리고 고등 백수? 한마디로 소개하기 어려운 작가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영화기획 일을 오래 하다가 와인, 음식, 영화, 미술, 여행 등 전방위 문화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강우석 사단의 일원으로 영화 <투캅스>를 기획했으며, 그 후 독립하여 <잠복근무> <흡혈형사 나도열>을 만들었다. 「조선일보」에 연재한 맛집 기행을 비롯해 「헤럴드경제」 「내일신문」과, 「행복이가득한집」 「노블레스」 「쿠켄」 등의 여러 월간지에 문화 관련 고정칼럼을 써왔다.

영화기획을 하느라, 또 유럽의 와이너리들을 방문하느라 해외여행을 다닌 지 20년, 그리하여 파리만 50여 차례, 유럽 나라들마다 최소 10차례 이상을 방문했다. 뮤지엄고어이자 미술광, 독서광이어서 유럽 미술관과 작가들 이야기를 뚜르르 꿰고 있으며, 덕분에 얻은 풍부한 여행 경험과 깊은 인문학적 소양, 그리고 문학적 감수성으로 몇 편의 여행기 원고를 완성했다.

만화 5천권을 소장한 매니아로 만화평론집 출간도 꿈꾸고 있으며, 서울 회현동 지하상가의 소문난 LP 콜렉터로 영화기획자의 본업을 살려 영화음악에 관한 단행본도 쓰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말한 “내가 삶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다와 여자와 포도주와 시가 있기 때문이다.”를 인생 모토로 삼고서 여전히 문화탐식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쓴 책으로는 『와인 견문록』 『보르도 와인 기다림의 지혜』 『고형욱의 맛있는 이야기』 등과 몇 권의 번역서가 있다. 작가의 프로필과 관심사들은 ‘GoZorba’에서 더 알아볼 수 있다. (블로그 http://gozorba.blog.me)



목차


머리말 산책가의 파리


1부 파리 예술 산책


프롤로그 파리의 탄생


몽마르트의 예술가들_르누아르에서 피카소까지

르누아르와 몽마르트르의 풍차 / 물랭루주의 난쟁이 / 피카소, 예술의 파리를 열다 / 시인들의 약속 장소 / 라팽 아질, 현대 예술이 탄생한 곳 / 아비뇽의 처녀들


인상파들의 숲_오르게 미술관

인상주의를 위한 성지순례 / 마네, 모더니즘의 시작 / 세잔이 세상을 본 방법 / 기차역과 상상력 사이


손들의 세상_로댕 미술관

조각의 숲에서 휴식을 / 고흐에서 카미유 클로델까지 / 벌거벗은 발자크


환상으로 채운 공간_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살로메 변주곡 / 신은 예술가에게 잔혹하다


모네의 나라_오랑주리 미술관

수련속에 우주를 그리다 / 예술을 사랑한 정치가 / 입체주의의 숙녀


전시회의 도시_파리의 전시회들

파리에 온 비엔나 / 중세의 초현실주의자 / 베르메르로 장사하기 / 루브르의 베르메르


영화의 도시_누벨바그와 시네마테크

영화가 탄생하던 시절 / 인상주의의 계보 / 꿈의 공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 1959년이 밝아오다 / 68혁명의 진원지


파리 사용설명서_예술 속의 파리

사진작가들의 파리 / 영화 속의 파리 / 파리가 예술이 될 때 / 문학 속의 파리


2부 파리 도시 산책


400년의 도시_파리의 구(區)들

파리 조감도 / 빛으로 둘러싸인 도시 / 산책하는 도시 / 나폴레옹 3세와 파리 프로젝트 / 환상을 실현한 건축가 / 사진가들이 사랑한 거리 / 파사주 혹은 골목길의 매혹


책들의 도시_파리의 서점들

생미셸의 노란 간판 / 책에서 레코드까지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작가들 / 서점들의 취향


파리에서 휴식을_파리의 정원들

나무와 정원들의 도시 / 튈르리 정원의 비극 / 평등의 정원, 팔레 루아얄 / 파리에 피렌체를 짓다 / 와인이 흐르는 운하


강이 만든 도시_파리의 섬과 다리

빅토르 위고의 섬 / 언제나 '새로운' 다리 / 파리의 노들섬 / 미라보 다리의 진실


식당을 순례하는 법_파리의 레스트랑

레피 뒤팽 / 파리는 배고프다 / 베르트랑 사장의 취ㅣ미 / 셰 레장주와 '오늘의 메뉴'


카페 즐기기_파리와 카페들

카페에서 샴페인을 / 아침을 위한 카페 / 역사를 만든 카페 / 몽파르나스의 예술가들


에필로그 파리의 죽음

위대한 여성들의 묘지 / 팡테옹, 프랑스의 신전 / 쇼팽과 에디트 피아프의 천국 / 마리 로랑생 찾기 / 파리의 죽음



책속으로


“남들이 다 아는 파리가 아니라 약간 다른 시각으로 파리를 느낄 수는 없는 걸까. 대부분의 관광이란 도시의 외관을 둘러보는 것에 불과하다. 거기서 약간만 더 들어가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모험은 여행의 묘미다. 관광과 여행은 다르다. 여행은 관광보다 훨씬 느리고 여유가 있으며 정서적이다. 여행자라면 무엇 하나를 더 보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예정된 코스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자. 남들이 잘 찾지 않는 미술관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작품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다. 모로 미술관이나 달리 미술관은 물론이요, 포부르 생토노레나 보주 광장에는 작은 갤러리들이 많다. 한적한 골목에서 마음에 드는 작은 가게를 찾아낼 수도 있다. 벼룩시장 끄트머리에서 손때가 묻은 찻잔을 사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허름한 식당에서 싸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도 있다. 뒤팽 거리의 레피 뒤팽이나 생폴 거리의 ‘빨간 목구멍’ 같은 집들이 있다. 그러려면 예정된 코스에서 약간씩 벗어나야 한다.” (8쪽, 머리말 - 산책가의 파리)


“같은 미술관이지만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감상 포인트는 완전히 달라진다. 1층에서 만나는 그림은 들라크루아와 앵그르부터이다. 관람객들은 19세기 프랑스 미술사의 진행 과정을 따라서 미술관을 다니게 된다. 그 흐름은 자연스럽다. 미술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인상파 그림에서 받는 충격파가 완화된다. 반대로, 4층부터 보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오르세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오르세 미술관의 건립 목적이자 전시하고자 했던 세대의 작가들과 단숨에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오르세의 정수를 먼저 느끼고 싶다면, 오르세 미술관이 만들어진 의중을 제대로 읽는다면 4층부터 시작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63~64쪽, 인상파들의 숲 - 오르세 미술관)


“파리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다. 오래 생각해 보면 더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단 하나밖에 없다. 다행히도 그 꿈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꿈을 이루는 게 싫어서 미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저 ‘수련의 방’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모네가 그린 거대한 연못과 그 안에 피어 있는 수련꽃을 온종일 보고 싶을 뿐이다.” (115쪽, 모네의 나라 - 오랑주리 미술관)


“다른 영화에서도 똑같은 무프타르 거리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블루>에서였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딸을 잃은 쥘리는 절망에 빠진다. 가족들과의 기억이 남아 있는 집에서 나오면서 거친 돌 벽에 손을 긁어버린다. 그녀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잃는다. 쥘리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도시 속으로 숨어버린다. 모든 주변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쥘리가 현실 세상으로 돌아온 거리가 무프타르였다. 노천시장을 보고,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에 잠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쥘리는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되찾는다. 영화에서나 사진에서나 무프타르 거리가 등장하면 희망이 살아난다. 파리의 어떤 거리는 이처럼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따뜻한 품 같은 공간이다.” (190~191쪽, 파리 사용설명서 - 예술 속의 파리)


“주말이 되면 벼룩시장으로 간다. 몇몇 책 전문 좌판도 있고, 어쩌다가 떨이로 산 책을 들고 나온 행상도 있다. 오히려 벼룩시장에서 제대로 된 물건을 건질 때가 있다. 책에 대한 욕심 말고도 다양한 행운을 찾아서 시장으로 가곤 한다. 그렇게 발견한 책을 들고 오는 발걸음은 정말로 가볍다. 마치 사람을 포옹하듯이 꼭 껴안고 있어도 기분이 좋다. 서점, 부키니스트 혹은 벼룩시장, 이런 모든 곳에 책을 사랑하는 파리의 낭만이 있다. 모든 게 바쁘고 서두르기만 하는 시대에 책 한 권의 여유란 정말 풍요롭고 사랑스럽지 않은가. 책과 서점과 낭만이 있는 파리는 행복한 도시다.” (250~251쪽, 책들의 도시 - 파리의 서점들)



출판사서평


컬처홀릭을 위한 ‘파리 문화예술 여행’ 마스터플랜

누구나 가는 파리, 색다르게 즐기는 법!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파리를 방문한 한국인 수는 대략 35만에서 40만 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 책『파리는 깊다』는 그중 차별화된 여행을 꿈꾸는 독자층을 겨냥한다. 그들은 미술관을 찾고, 콘서트에 가고, 예술 영화도 즐겨 보며, 맛집 찾기나 멋진 카페를 즐기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소 꾸준한 독서를 하는 문화애호가들인 것이다.


파리를 여행하는 단 하나의 특별한 방법


또 한 권의 흔한 파리 여행책이 아니다. 『파리는 깊다』는 일정을 짜주고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북도 아니며 개인의 감상으로만 가득한 책도 아니다. 이 책은 파리에 대한 본격 ‘문화예술 체험 여행서’이다. 파리 여행에 역사적 · 문화적 깊이를 더하고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또 하나의 평범한 여행 코스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익히 알고 있는 곳에서 새롭고 깊은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리는 깊다』는 ‘깊은 여행’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독자들의 깊이에 대한 갈증을 만족시키며, 인문적 프리즘을 거쳐 여행의 참맛을 발굴해내는 책이다.


파리에 대한 여행책은 많지만 파리를 제대로 파고든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파리는 깊다』가 파리의 모든 것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파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오직 자신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당신을 위한 파리는 루브르가 아니라 오랑주리 미술관에, 에펠탑이 아닌 파리의 서점과 골목에 있을지도 모른다. 『파리는 깊다』는 나만의 특별한 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먼지붓을 들고 도시의 때를 걷어내어 진짜 파리를 보여주는 단 한 권의 책이다.


파리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죽어갔는가


저자가 파리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한 도시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은 곧 근대예술의 탄생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술의 수도 파리는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부터 태어났다. 영화 <물랑 루즈>에서 묘사되듯이 관습적인 삶을 벗어난 급진적이고 퇴폐적인 이미지가 그곳에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르누아르는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로 삶의 즐거움을 예찬했고, 툴루즈-로트렉은 ‘물랑 루즈’의 포스터로 파리의 환상을 그려냈다. 1904년 피카소가 아틀리에를 얻어 파리에 정착하면서 파리는 새로운 예술의 장을 연다. 마네와 모네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 위대한 조각가인 로댕,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한 귀스타브 모로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었다. 또 현대적 예술인 사진과 영화가 파리에서 탄생하여 나다르, 외젠 아제, 만 레이와 같은 사진가들이 파리를 찍었고, 고다르, 트뤼포 같은 감독들이 누벨바그를 이끌었다.


파리에는 이제 과거와 같은 예술적 낭만은 없다. 화려했던 예술가들의 모습은 기억 속에만 간직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자취를 구석구석 추적하며 파리의 낭만을 발굴하고 찬란히 빛나는 파리의 옛 모습을 되살려낸다. 에필로그에서 파리의 묘지를 돌아다니며 파리의 죽음에 탄식하기는 하지만, 저자는 여전히 파리를 바라보며 파리를 생각한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파리를 찾아내고 창조하려 한다. 진정한 파리 여행이란 파리의 탄생과 죽음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와 파리를 겹쳐보는 것이다. 저자는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인용하며 이런 말로 책을 끝맺는다. “나, 이제 파리와 나, 우리 둘의 대결이다.”(348쪽)


파리는 예술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부는 「파리 예술 산책」편이다. 현대미술이 탄생한 20세기 초반 파리를 조명한 후 오르세와 오랑주리, 로댕과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을 중심으로 관람 포인트를 짚어주고, 사진과 영화의 탄생지인 파리에 대해서 일러준다. 예술가들의 도시였던 파리의 옛 모습에 겹쳐진 현재 파리의 모습이 다채롭게 드러난다.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파리의 모습을 들여 보노라면 파리가 예술이며 예술이 곧 파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파리를 예술과 동의어로 만든 몽마르트르 언덕은 예술의 유토피아 같은 장소였다. 다른 곳에 비해 모든 것이 쌌기 때문에 가난한 예술가들은 그곳에 모여서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르누아르부터 피카소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풍차가 돌아가는 언덕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잠을 잤다. 피카소 무리가 모여든 ‘라팽 아질’은 현대 예술 탄생의 산실이었다. 저자는 그런 예술가들의 생활을 옆에서 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저자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예술의 풍경들이 마음속에 하나둘 새겨진다. 읽음으로써 파리는 깊어지고, 파리의 깊이는 읽음으로써 느낄 수 있다. 색다른 파리 여행은 읽기로부터 시작한다.


저자의 발길은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산책로인 파리의 미술관들로 향한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이 모여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마네의 <발코니>와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를 감상하고, 로댕 미술관과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에서 예술가의 생애를 돌아보며 예술가와 예술의 관계를 생각하며,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을 가만히 바라보며 상념에 빠진다. 그렇게 미술관을 걷다보면 ‘나만의 길’이 나기 마련이다. 저자는 수없이 파리를 다니면서 나만의 산책로를 만들어왔다. 파리는 그저 그곳에 있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발길이 더해지면서 나만의 파리로 변한다. 파리를 여행하는 여행자 역시 파리라는 예술을 창조하는 한 명의 예술가인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파리를 만들어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기에는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조연들도 있고 잠시 스쳐지나가는 단역도 있다. 제1부에서는 르누아르와 툴루즈-로트렉, 피카소가, 제2부에서는 마네와 세잔이 주인공이다. 제1부에는 고흐와 막스 자콥, 기욤 아폴리네르와 마리 로랑생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제2부에는 고흐와 에밀 졸라가 다른 예술가들의 존재감을 더 느끼게 해준다. 파리는 방대한 소설과도 같은 공간이다. 그 안에서 살았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파리의 풍경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9쪽)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파리를 걷는다


책의 2부는 파리의 풍경을 돌아보는 「파리 도시 산책」편이다. 분주한 틈새에 섞이지 않고 파리라는 도시를 산뜻하게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오래된 책 냄새가 나는 서점에서 보물찾기 하는 법, 공원과 묘지에서 유유자적하는 법, 저자만 아는 파리의 맛집과 카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비밀을 가르쳐준다.


파리에는 뻥 뚫린 대로, 건물들 사이에 숨어 있는 오래된 골목 같은 다양한 모습의 길이 있다. 그런 길들을 찾아서 돌아다니다 보면 도시의 풍부한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다가 오래된 작은 가게와 아담한 카페, 시끌벅적한 비스트로 같은 공간과 마주친다. 그 순간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파리를 걷는다. 저자는 누구나 찾아가는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도 좋지만 자신만의 파리 산책 코스를 만들어보자고 말한다. 갈르리-비비엔 같은 고급스런 파사주를 걸으며 용기 있게 와인숍에 들어가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하루 혹은 반나절이라도 파리의 공원으로 찾아가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해보자고 말한다. 바쁘게 돌아다니면 여행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돈을 내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원의 자연스러운 초록빛을 즐겨보자. 하루 정도 무위도식한다는 게 관광객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느린 여행자가, 산책자가 되자. 정해진 시간과 예산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의 일상을 잠시 잊자. 잠깐 동안 여유로운 여행자로 변하자. 하루가 힘들다면 반나절도 괜찮다. 가벼운 책 한 권 들고 나가서 황금빛 햇살이 초록 잔디를 향해 떨어지는 공원에 털썩 주저앉자. 주저앉는 게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휴식임을 느낄 수 있다.”(255쪽)


파리 사람들이 사는 법


이제 파리의 서점들, 강과 다리, 레스토랑과 카페들을 즐길 차례다. 영화 속에서 종종 나왔던 파리의 서점들은 여전히 낭만이 그윽하다. 모든 것이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속에서도 그곳만은 아직 느리다. 생미셸의 노란 간판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이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헤밍웨이와 조이스가 책을 찾아 읽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러기에 풍요로움과 사랑스러움,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저자는 서점들을 구석구석 소개하면서 그 서점들만의 역사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파리의 서점에 찾아가 책을 사지 않고 배길 수 없도록 말이다.


파리의 중심에는 센 강이 흐른다. 그 강 위에는 퐁뇌프 다리, 미라보 다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 여러 다리들이 저마다의 낭만을 뽐낸다. 저자는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과 함께,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와 함께, 역사와 함께 기억되는 다리를 걸으며 다리의 낭만과 환상과 진실을 돌아본다. 강과 섬과 다리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역사를 생각하며 파리의 공기를 호흡한다. 곳곳에 배어 있는 수많은 기억과 추억이 다리에서 만나고 헤어지며 여행의 여운을 남긴다. 파리의 강과 다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여행의 선물이 그곳에 있다.


파리에서 먹고 마시는 일은 여행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먹거리, 마실거리를 즐기지 않는 파리는 반쪽짜리다. 유서 깊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찾아가 그곳의 분위기를 느껴보며 식도락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여행하는 원초적 재미다. 게다가 파리의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역사가 있고 예술이 있으며 문화가 있다. 너무 비싼 게 아니냐고 겁먹을 필요도 없다. 저자가 친절히 레스토랑 ‘레피 뒤팽’ 공략법, ‘카페 드 라 페’ 공략법을 알려주니 말이다. 파리에서 걷다가 지치면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이자. “그것이 파리 사람들의 사는 법이기도 하니까.”(311쪽)


당신의 파리를 창조하라


『파리는 깊다』는 차별화된 파리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를 위한 책이다. 미술관을 찾고, 콘서트에 가고, 영화를 즐기며, 멋진 카페를 좋아하는 문화애호가들을 위해 여행의 밑그림을 그려준다. 한 꺼풀 벗긴 파리, 생생한 진짜 파리와 만나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천천히, 파리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지긋이 파리를 바라보면 나만의 파리가 보인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가서 영화를 본 적 있는가. 생마르탱 운하에서 맥주 한잔 마셔본 적 있는가. 몽파르나스 묘지를 걸으면서 사색에 잠겨본 적 있는가. 『파리는 깊다』는 그 과정을 위한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파리는 깊다』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서의 파리를 깊이 조명하며 파리 여행의 새로운 장을 연다. 파리의 낭만을 그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몰랐던 파리의 모습을 창조한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예술가들의 금광을 찾고, 아무도 보지 못했던 문화의 경이로움을 발견한다. 그랑팔레에서 열린 ‘비엔나 1900’ 전에서 파리의 전시회 수준을 경험하고, 파리 최초의 카페 ‘프로코프’에서 볼테르의 흔적을 발견한다. 파리 여행의 진수는 눈으로 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데 있다. 이 책을 들고 파리로 떠나자. 당신의 파리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당신의 파리를 창조하라!



사탕을 물고서는 할 수 없는 말. 어제 본 영화 줄거리나 읊으면서는 할 수 없는 말. ‘깊다’는 그런 말이다. ‘깊다’는 어른만이 감당한다. 고형욱이 썼다니, 어른의 저작권을 허락한다. 그는 파리의 문화예술을 ‘먼지를 닦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썼다. 겸양이 지나쳤다. 먼지를 터는 정도로는 ‘깊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금고라면, 그는 칠을 벗겨보고, 청진기를 대고, 비밀번호도 알아봤다. 로트렉, 피카소, 마네, 세잔, 졸라, 고흐의 세계와 파리의 일상이 곁에서처럼 싱싱하고 생생하다. 함께 산책하듯이 그가 말해주는 장소들은 또 얼마나 은밀한 채 탐스러운가. 파리는 고형욱 때문에 '조금 더 깊어졌다.’

-- 이충걸 편집장


“도심과 길목에 있는 카페는 비싸다. 생제르맹 대로뿐 아니라 오페라 앞에 있는 ‘평화다방’ 즉 카페 드 라 페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카페들은 모두 드나들기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자릿세가 만만치 않다. 그런 카페에 파리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은 관광객이요 뜨내기손님이다. 앉을 때면 하나같이 옆 사람 눈치를 본다. 옆 테이블에서 뭔가 특별한 걸 주문하면 사시 눈을 하고 쳐다본다. 그럴 때는 폼을 잡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 “샴페인 두 잔요!”하면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도 그렇게 시킬 걸 하는 반응을 보인다.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샴페인 글라스가 놓인 테이블과 커피 잔이 덩그렇게 놓인 테이블은 격이 다르다. 이렇게 샴페인 한 잔으로 카페 드 플로르에서 여름 오후를 멋지게 나는 것이다.” (315∼316쪽, 카페 즐기기 - 파리의 카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