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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인 행동을 이성적으로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혜공 2015. 2. 10. 13:32

 

흔히 심리치료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터무니없고 앞뒤가 맞지 않은 ‘불합리한’ 행동을 그만두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간 낭비로 끝나고 맙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대뜸 집구석이 엉망진창이라며 투덜거립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빠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하고, 퇴근길에 유치원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내는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며 화를 냅니다. 그리하여 가족이 함께 보내는 저녁 시간은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게 됩니다.

남자의 이야기를 들은 심리치료사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당연히 잘못이라고 지적해줍니다. 남자는 그 말에 순순히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그의 행동은 변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다른 트집을 잡아서 아내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결국 그들 부부는 서로에게 불만을 느끼고 계속해서 갈등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왜 그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걸까요?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왜 같은 행동만을 부질없이 되풀이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애초에 그런 행동이 이성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하는 행동의 심리적 동기와 습성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충동이나 선입견에 의해, 혹은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감정에 따라 행동하곤 합니다.

위에서 예로 든 남자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퇴근길에 차가 막혀서 짜증스러웠던 기분을 그대로 끌어안고서 귀가합니다.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집에 들어 왔는데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어질러진 모습입니다. 몸을 움직여 치우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입니다. 이건 그가 바라던 생활이 아닙니다. 남자는 자신의 바람과 어긋나 있는 현실에 화가 솟구칩니다. 그것이 아내의 탓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아내에게 화풀이하는 것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불합리한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을 멈출 수 있을까요? 우선을 자신의 감정을 누그러뜨려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되풀이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원인을 찾아내야 합니다.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조언이 아닌 자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됩니다.

우리는 아닌 줄 알면서도 매번 감정에 휘둘려 되풀이 하는 어리석은 행동 중의 하나는 부부싸움에서도 흔히 나타납니다. 나는 갈등하는 부부들을 상담할 때마다 그들이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나 비슷해서 놀라곤 합니다. 그들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사랑, 그것이니까요.

문제는 상대에게 바라는 만큼 자신도 그렇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들 역시 “주는 만큼 받고 뿌린 만큼 거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직 받을 것에만 관심이 있고 주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은 듯이 행동합니다. 상대방이 나를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해주기를 바란다면 나부터 먼저 상대방을 그렇게 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불만족이 먼저 표출되는 것이지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이런 비슷한 문제가 자주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자라는 동안에 부모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내가 상담해 본 사람들 중에서 그런 사랑을 받았다고 느끼는 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내심 “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려 있었다고 말합니다. 공부 잘하고 말썽 안 피우고, 커서는 좋은 사람과 결혼해 손자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사실 자녀들은 여러 가지로 부모에게 의무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키워주었으니 마땅히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충분히 성인이 될 대까지, 아니면 평생 동안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는지 입이 아플 정도로 설명을 해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은 부모에게 빚을 진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은 부모의 결정이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재우고 키우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부모라면 다 큰 자식들을 홀가분하게 독립시켜 떠나보냅니다.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자식은 부모에 대한 채무감 대신 따뜻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식들을 언제까지나 곁에 붙잡아두려는 부모들입니다. 그들은 “부모는 자식을 보살피고 자식은 그런 부모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 자녀가 성장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현재의 생활에 안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늘 똑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일어납니다. 부모는 뭔가 모르게 소홀한 듯한 자식에게 매번 서운함을 느끼며 쓸쓸해하고, 자식은 부모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시달리며 반항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만 보더라고 불합리한 행동을 이성적인 노력으로 고쳐 나가는 것은 종종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 일 들에 대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모든 증거들을 아에 무시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분노와 절망에 빠뜨리는 대부분의 상황은 대개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당혹스러워합니다. 어떻게든 그 고리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감정에 흔들리기 쉬운, 편견과 아집에 곧잘 사로잡히는 존재로서 우리를 행동하게 하는 근거나 동기가 이성보다는 감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고 반성하면서도 계속해서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정적인 감정에서 기인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선 왜 자신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 말고, 좀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개선하거나 제거해야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행동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오래된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 똘똘 뭉쳐진 부정적인 감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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