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Poem

도시가 미워졌을 때 훌쩍 /이생진

혜공 2015. 2. 10. 10:34

도시가 미워졌으므로 그저 훌쩍

누구도 못 말리는 이 버릇

학교고 동회고 우체국이고

문방구고 세탁소고 가까운 슈퍼고

도시가 미워졌을 때

신세는 신세고

공연히 사기당한 것 같을 때

그들이 위조지폐를 물쓰듯 할 때

뻥뻥 터지는 어음 부도

이럴 때

누가 말려도 떠날래

솔직한 말이지만

수평선에 목맨 심정으로 토하고 싶어

훌쩍 떠날래

 

다시 돌아오면 그 사기 그 걱정은 이어지지만 그저 훌쩍 떠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훌쩍 떠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도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떠나기 어려운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어려울까. 떠나고 싶을 때 떠나지 못하는 마음 알 만하다. 세상에 자유가 많은 것 같아도 실지 이용하려고 들면 부족한 것이 자유다. 그러나 좌절하지 말라

그저 출발해보는 것이다. 도중에 되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출발하는 것이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발이다. 출발할 줄 모르는 자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느냐. 일단 출발했으면 뒤돌아 보지 말라.

- 이생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