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Poem

하루가 끝나고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혜공 2015. 2. 6. 17:19

 

 

             하루가 끝나고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하루가 끝나고 어둠이

밤의 날개에서 내린다

독수리가 날다 흘린

깃털 하나 천천히 떨어지듯

 

마을의 불빛 비와 안개 속에

빛나는 걸 보노라니

알 수 없는 서글픔 휩싸와

내 영혼 그것을 감당할 수 없구나

 

서글픔과 그리움의 느낌

아픔이라고는 할 수 없고

안개와 비가 비슷하듯

그냥 슬픔과 비슷한 어떤 것

 

이리 와 내게 시를 읽어 주오

이 산란한 심정 달래고

낮의 온갖 상념 몰아내 줄

소박하고 감동적인 시를

 

옛 거장들의 시는 그만 두오

장엄한 시인들의 시도 그만 두오

그네의 아득한 걸음 소리 아직

시간의 통로에서 메아리치오

 

저들의 거창한 생각 듣노라면

마치 군대의 행진곡처럼

싸우고 또 싸우라는 것만 같소

허나 오늘밤 나는 휴식이 그립소

 

소박한 시인의 시를 읽어 주오

여름 구름에서 소나기 쏟아지듯

아니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이듯

가슴에서 우러나온 노래를

 

힘들고 긴 낮을, 평안 없는

밤들을 보냈으면서도

영혼 속에서 아름다운 가락의

음악을 들었던 시인의 노래를

 

그런 노래가 쉼 없는 근심의

맥박을 가라앉힐 수 있소

그리고 기도 다음에 오는

축복의 말처럼 들린다오

 

그러니 그 소중한 시집에서

당신이 고른 시를 읽어 주오

그리고 시인의 운율에 맞춰

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오

 

그러면 밤은 음악으로 가득 차고

온낮을 괴롭혔던 근심은

아랍인들이 천막을 거두고 떠나듯

조용히 조용히 떠나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