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Poem

나무는 /류시화

혜공 2015. 2. 6. 17:10

 

 

            나무는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삶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서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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