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Discography

Die Durchsichtige Seele-Griechische Balladen(투명한 영혼-그리스의 발라드) /Loukia Agapiou

혜공 2015. 2. 25. 13:58

 

 

Track List

 

01 그리고 그 후에

02 그대를 사랑합니다

03 바다의 노래

04 그대는 바다처럼

05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06 친구

07 그대는 한 송이꽃

08 영혼의 구원

09 아니요, 나는 울지 않겠어요

10 방주

11 분노의 노래

12 바다는 깊고

13 바람의 마리안티

14 내 남자가 떠나네

15 안녕, 내 사랑

 

음반 리뷰

그리스 현대음악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 마노스 하지다키스와 스타마티스 크라우나키스를 니노 로타의 영화음악, 파두 명곡인 ‘바다의 노래’와 스페니쉬 세르파디의 이별노래인 ‘안녕 내 사랑’까지 포크적인 감성의 기타연주에 원숙한 보컬로 풍부하게 담아낸 ‘그리스 발라드 모음집’.

그리스 문화와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키프러스 출신의 여성 보컬 ‘루키아 아가피우’는 현재 비엔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리스,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와 모국 키프러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의 풍부한 감성이 클래시컬한 영감과 쓸쓸한 시정(詩情)이 담긴 클래식 기타에 실려 투명한 그리스 음악의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음반.

 

Loukia Agapiou / Die Durchsichtige Seele - Griechische Balladen

그리스의 음악은 우리가 월드 뮤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훨씬 전부터 세계적인 것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우리에게 알려졌던 소수의 그리스 음악들은 장르의 기호를 떠나 적지 않은 수의 국내 음악팬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전했다. 특히 그리스의 국민 작곡가로 존경받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음악들은 클래식과 영화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명곡 ‘기차는 8시에 떠나고’를 비롯해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와 “페드라” 등의 음악은 영미 음악계의 산물들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으로 우리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와 함께 그리스 현대음악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는 마노스 하지다키스의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나나 무스꾸리가 불러 LP 시절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던 ‘나의 어머니(Manoula Mou)'라는 곡과 이미 오래 전부터 번안곡으로 들어왔던 곡 ‘하얀 손수건(Me T'aspro Mantili)'까지.

물론 이들 외에도 국민가수로 불리는 요르고스 달라라스와 하리스 알렉시우를 비롯한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뮤지션들이 그리스 음악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유럽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그리스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에 견줄 만한 오랜 역사와 고대로부터 물려받은 풍부한 문화 유산을 지닌 나라이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두보로서 항상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차지해 온 탓에 숱한 고초를 겪으며 힘든 역사를 견뎌온 나라이기도 하다.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지역의 문화가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음악적으로는 수세기 동안 그리스를 점령했던 투르크에서 건너 온 동방의 문화와 20세기 이후 큰 영향을 준 서구의 문화들이 독특한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월드 뮤직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으면서, 국내에도 그리스 음악들이 조금씩 소개되고 있다. 또한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그리스 음악에서 우리의 것과 비슷한 정서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이탈리아의 깐쪼네나 프랑스의 샹송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동방의 향취가 담긴 그리스 음악만의 독특함이 그 선율 속에 베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외세에 시달렸던 비슷한 역사의 아픔을 지녔고, 어두운 현대사를 겪었던 점, 그리고 반도 국가라는 유사한 지리적 환경까지. 이처럼 그리스 음악 이면의 배경들은 우리와 닮은 부분이 많다. 그리스의 음악이 우리의 귀와 마음에 특별하게 와 닿아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월드 뮤직은 한 나라나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사람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음악’임을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그리스의 감성으로 표현한 원숙한 시정(詩情)

루키아 아가피우는 지중해의 동쪽 끝에 위치한 섬나라인 키프러스 태생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60년에 독립한 키프러스는 터키와 그리스가 공존하는 섬이다. 그리스 정교회와 이슬람교의 문화가 지역적으로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하는 예사롭지 않은 현실을 안고 있는 곳이다. 1966년 키프러스의 수도인 니코시아에서 그리스계 키프러스인으로 태어난 루키아 아가피우는 음악에 대한 타고난 재능을 일찍부터 드러냈다. 스무 살이 되기 전 키프러스의 국영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유네스코가 개최한 클래식 기타 콩쿨에서 우승하는 등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오가며 자신이 지닌 특별함을 인정받았다. 오스트리아에서 음악교육학과 성악을 전공하기도 한 루키아 아가피우는 비엔나의 프란츠 슈베르트 음악원에서 교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그리스,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와 모국 키프러스에서 그리스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스계의 키프러스인일 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 종교 등 모든 환경이 그리스와 마찬가지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그리스의 음악은 루키아 아가피우에게 모국의 음악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레퍼토리나 음악적인 감성, 또한 깊이 있는 목소리와 풍부한 표현력은 세계 무대에서 음악성을 인정받는 베테랑 그리스 가수의 것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음반 ?투명한 영혼?에 담긴 음악은 익히 알려진 그리스의 음악들과는 그 표현 방법이 많이 다르다. 그리스 대중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리인 부주키의 통속적인 울림이나 클라리넷의 구성진 선율도 들어 있지 않다. 오직 어쿠스틱 기타와 루키아 아가피우의 목소리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스 음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색채감이나 굴곡진 감정의 흐름은 없고, 루키아 아가피우의 목소리와 수록곡의 선율이 가지고 있는 그리스적인 감성만이 투명하게 존재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 음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안토니스 부넬라코스가 연주하는 기타일 것이다. 클래시컬한 영감과 쓸쓸한 시정(詩情)이 담긴 기타 연주가 모든 수록곡의 분위기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반주 이상의 의미로 존재하고 있다. 부주키, 클라리넷, 스트링 등이 표현하던 그리스적인 색채감을 때론 클래시컬하게, 때론 서구의 포크 음악적인 감각으로 바꾸어 가며 루키아 아가피우의 원숙한 보컬에 시적(詩的)인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루키아 아가피우의 목소리가 각 곡들마다 감정의 고조를 달리하며 노래하는 가운데, 음반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랙들은 스타마티스 크라우나키스(Stamatis Kraounakis)와 마노스 하지다키스의 곡들이다. 그리스의 음악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 작곡가 겸 연주자인 스타마티스 크라우나키스의 곡인 8번 트랙 ‘영혼의 구원’,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에 얹혀진 마노스 하지다키스의 지적인 감성과 루키아 아가피우의 절제된 보컬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12번 트랙 ‘바다는 깊고’는 앨범의 백미로 꼽을 만한 곡들이다.

루키아 아가피우와 안토니스 부넬라코스가 그려내는 특별한 조화는 그리스의 노래들 외에 포르투갈 파두와 유대 유목민의 민요, 그리고 니노 로따의 영화 음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음반에서 기타와 루키아 아가피우의 목소리 외에 유일하게 들어있는 음향인 파도소리에 이어 시작하는 ‘Cancao do Mar(바다의 노래)’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이후 최고의 파디스타로 손꼽혔던 둘쓰 뽄뜨스(Dulce Pontes)의 대표곡이다. 스트링의 웅장한 분위기 속에 노래하는 둘쓰 뽄뜨스의 원곡이 희망과 번민이 교차하는 열망의 파도가 부딪혀오는 바다를 노래하는데 반해, 루키아 아가피우가 노래하는 바다는 긴 여운이 감도는 기타의 반주가 쓸쓸한 늦가을의 바다를 생각나게 한다.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Adio Querida(안녕, 사랑이여)’는 스페인에서 전해 내려오는 유대 유목민들의 민요로 역사적, 문화적으로 소외당했던 세파르디 유목민들의 애환이 깃든 이별의 노래이다. 국내에 음반으로 소개된 마리아 살가도(Maria Salgado)나 마리아 파란두리의 레코딩과는 또 다른 해석으로 담담한 어조의 기타 반주에 맞춰 표현해내는 루키아 아가피우의 처연한 보컬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글 / 황윤기 (음악 칼럼니스트)

 

 

 

'Music > Discography'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nuhin & Grappelli /Jealousy & Other Great Standards   (0) 2015.02.25
I Grandi Successi /Ornella Vanoni  (0) 2015.02.25
Songs My Country Taught Me /Agnes Baltsa  (0) 2015.02.25
Gentle Rain  (0) 2015.02.25
EXHIBITION /전람회(김동률)   (0) 201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