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Poem

나무는 /류시화

혜공 2015. 2. 9. 13:00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삶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서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Writing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이정하  (0) 2015.02.10
바람은 그대 쪽으로 /기형도  (0) 2015.02.10
망향 /노천명  (0) 2015.02.07
햇살에게 /정호승  (0) 2015.02.07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정호승  (0) 2015.02.07